우리나라는 수천 년 전부터 활을 잘 쏘는 민족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인들은 우리나라 사람들을 동쪽의 큰 활을 잘 쏘는 민족이라는 뜻으로 동이족(東夷族)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수천 년간 이어 내려온 활의 명맥은 오늘날에 와서 ‘국궁’이라는 스포츠로 계승되고 있다.
대전시 서구 월평동에 위치한 대덕정은 대전에서 가장 오래된 활터로 유명하다. 1946년 백남진 선생이 초대 사범을 지내면서 창립된 대덕정은 현재 120명의 사수들이 활동하고 있으며 매일 40여명의 회원들이 나와 활 실력을 겨루고 있다.
대덕정에는 95세 최고령의 이찬희 사범을 비롯해 수십 년의 경력을 자랑하는 사수들이 다수 활동하고 있다. 최근에는 중장년층의 회원들이 눈에 띄게 늘고 있으며 여성회원들의 수도 꾸준히 늘고 있다.
▲ 120명의 회원들이 등록되어 있는 '대덕정'은 매일 30~40명의 사수들이 사대에 올라와 실력을 겨룬다. |
사수들이 활을 쏘는 곳을 ‘사대’라고 부른다. 이곳 사대에서 과녁까지의 거리는 145미터다. 자세가 조금이라도 흐트러지면 활은 바닥으로 내려 꽂힌다. 활이 과녁에 맞으면 타~악 소리와 함께 LED표시기에 불이 들어온다. 올해로 8년째 활을 잡고 있다는 이영란(65)씨는 “활이 먼 거리를 날아 과녁에 관중하는 순간은 축구선수가 골을 성공시키는 느낌처럼 짜릿하다”며 “체력단련은 정신수양에도 자주 즐기고 있다”고 말했다.
▲ 사대에서 과녁까지의 거리는 145m 조금이라도 자세가 흐트러지면 활은 땅위로 내려꽂힌다. |
대덕정 근교에서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김광래(52)씨는 “매일 식사하러 오시는 회원들의 모습에 호기심이 끌러 시작하게 됐다”며 “처음 자세를 잡는 시간에는 힘들었지만 사대에 들어서기 시작한 요즘은 한밤중에도 활을 쏘고 싶은 충동에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고 만족감을 나타냈다.
전국적으로도 명성이 자자한 활터이다 보니 회원들의 사수들의 실력 역시 전국최고를 자랑하고 있다. 대덕정 입구에는 창립이레 현재까지 전국에서 열린 국궁대회와 전국체전에서 수상한 트로피가 자랑스럽게 전시되어 있다. 대덕정의 사무장을 맡고 있는 유혜숙(40)씨는 “수십 년 전부터 하나 둘 씩 늘어가기 시작한 트로피가 현재는 수요를 파악하기 힘들 만큼 많아 졌다”며 “국궁 최고의 반열에 해당하는 9단급의 사수만 2명을 보유할 정도로 최고의 인프라를 가진 곳이 대덕정”이라고 자랑했다.
▲ 대덕정 사수들이 오후 연습을 마치고 사대에서 기념촬영에 임하고 있다. |
대덕정은 활을 쏘고 싶은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문이 열려있다. 소정의 입회비만 납부하면 장비 대여를 비롯해 수십 년 경력의 사범들로부터 지도를 받을 수 있다. 신입회원의 경우 안전을 고려해 2~3개월간의 기본교육 과정을 거친 뒤 사범의 판단 하에 사대에 오르게 된다.
뉴미디어부 금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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