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광장]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

  • 오피니언
  • 사외칼럼

[수요광장]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

강도묵 대전ㆍ충남 경영자총협회장)((주)기산ㆍ경림엔지니어링 회장)

  • 승인 2014-09-02 14:07
  • 신문게재 2014-09-03 17면
  • 강도묵 대전ㆍ충남 경영자총협회장)((주)기산ㆍ경림엔강도묵 대전ㆍ충남 경영자총협회장)((주)기산ㆍ경림엔
▲강도묵 대전ㆍ충남 경영자총협회장)((주)기산ㆍ경림엔지니어링 회장)
▲강도묵 대전ㆍ충남 경영자총협회장)((주)기산ㆍ경림엔지니어링 회장)
추석 한가위다. '추석'하면 으레 떠오르는 말은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라는 말이다. 한해 농사를 지어 모든 것을 수확하는 계절의 넉넉함에서 비롯된 말이겠거니 하면서도, 아무리 가난해도 이 날만은 떡을 해서 나누어 먹던 우리 민족의 심성에서 나온 말이라고 우겨보고 싶다. 그만큼 우리 민족은 서로를 생각해 주고 배려하는 심성을 가진 민족이었기 때문이다.

지금도 어린 날 가졌던 추석 한가위의 추억이 가슴을 설레게 한다. 세차게 불어 닥친 태풍에 떨어진 도사리감이나 주워 먹던 여름날은 지나고, 온 천지에 곡식이 익어가고 과일은 영글어 풍요롭던 가을. 그 한 가운데에 추석은 자리한다. 허기진 배를 풀어도 되었던 이 시기에는 모두가 넉넉하였다. 벌초를 하고 내려오면서 누구네 감나무에서든 홍시는 따먹어도 되었고, 더러 모양이 좋은 감나무 가지는 꺾어들고 와도 시비 걸지 않고 너그럽게 보아 주었다. 성묫길에서 이탈하여 누구네 산인지 몰라도 밤나무 밑을 서성이며 호주머니가 가득하도록 알밤을 주워 와도 싫은 말 한 마디 듣지 않았다.

이 같이 나누는 문화가 바탕에 깔려 있던 그 시절의 추석은 정말로 넉넉하고 너그러웠다. 분명 우리 산에서 내려왔으니, 저 손에든 감나무 가지며, 호주머니가 터지도록 주운 밤은 필경 우리 것이 분명하다 해도 그것으로 마음 상해하지 않았다. 오히려 출향인이면 언제 왔느냐며 감 가지를 받쳐주고 악수를 했다.

추석 준비는 벌초에서부터 시작한다. 전국 각지에 나가 있는 집안 친척들이 다 모여 조상의 산소에 우거진 풀과 나무를 자르고 베어 말끔히 하는 작업이다. 후손의 손을 모아 조상의 음덕을 기리는 시간이고, 혈연을 다지는 기회이다. 벌초를 하면서 나누는 술과 먹거리는 음식이 아니라 사랑과 우애인 것이다.

추석 전날 온가족이 모여서 빚는 송편은 서로의 마음을 담아낸다. 한가위 달은 보름달 중에서도 가장 큰 보름달이다. 이 명절에 보름달처럼 둥글게 송편을 빚지 않고 반달 모양으로 빚는 뜻은 모자람에 대한 배려일 것이다. 아직 덜 채워진 것에 대한 배려-그것이 사람이든 짐승이든 나누려는 마음이 송편에 들어 있는 깨, 팥, 콩, 밤 등의 속처럼 가득했던 것이다. 예쁜 송편을 만들면 예쁜 딸을 낳는다고 믿었던 것도 풍요로움 속에서도 아름다움을 추구했던 민족의 슬기가 들어 있음이다.

추석날 아침에는 차례를 지낸다. 문중의 어른들이 다 모여서 가장 먼저 행하는 것이 조상에 대한 기림이다. 농사를 지어 수확하면 맨 먼저 조상의 음덕을 생각하고 기릴 줄 알았다. 자신의 근본을 헤아리고, 조상님 앞에서 더욱 노력할 것을 다짐하는 자리가 되었다. 차례가 끝나면 성묫길에 오른다. 역시 두 번째도 조상에 대한 감사의 표시이다. 그러니까 추석은 남에 대한 배려와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를 마련해 주는 명절이었던 것이다.

오늘, 민족의 명절 추석 앞에 서서 나는 현재에 충실하지 못하고 어린 날을 추억하는 데에 몰두해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그것은 내가 현실 도피적이라기보다 옛날이 그리운 것이다. 단순한 그리움이라기보다 현재에 대한 아쉬움에서 비롯되었기에 조금은 안타깝다. 너무도 세상이 변했다. 고향 마을에 가서 부담 없이 알밤 한 톨 주울 수도 없고, 홍시 하나 맛볼 수도 없는 세상이 되었다.

옛날과 같은 생각으로 행동했다가는 바로 신고 되어 범죄자로 끌려가는 세상으로 변해 있다. 늘 반달 같은 송편을 빚으면서 보름달을 바라보듯 채워지지 않은 것에 대한 배려를 했었는데, 지금은 그런 것이 없다. 내 마음에서 우러나 같이 나누고 함께 웃기를 소망했는데, 모두가 상실되어 버린 삭막한 세상에 와서 우리는 살고 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 이 말을 추석 한가위에 다시 사용하고 싶다. 그리하여 가슴 안에 많은 정이 가득 고이는 명절을 지내고 싶다. 온 민족이 함께 하는 명절, 가진 자나 갖지 못한 자나 모두에게 즐거운 추석 명절이 되었으면 좋겠다. 이번 명절에는 조상들의 슬기를 익히고 체득하는 계기가 되길 소망한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이스라엘, 이란 보복 공격에 건설업계 '긴장'
  2. 윤석열 대통령-이재명 대표 다음주 ‘용산 회동’ 성사되나
  3. [날씨] 20일부터 비 오며 다시 서늘…대전 낮 최고기온 18도
  4. 대전극동방송 창립 35주년 기념 희망콘서트 봄.봄.봄
  5. [아침을 여는 명언 캘리] 2024년 4월19일 금요일
  1. "미래 선도하는 창의융합 인재로" 대전교육청 과학의 날 기념식 개최
  2. 보문장애인자립생활센터 장애인활동지원팀 오지희 팀장 보건복지부장관 표창
  3. '2025년 의대 정원' 1000명 선까지 낮춰 정한다
  4. 의대증원 규모 대학에서 자율적 판단키로…"원점재검토를" 목소리
  5. 근로복지공단, 푸른씨앗 전국 1만5600개 사업장 가입

헤드라인 뉴스


소진공 본사 유성구 이전 확정… 중구 “원도심 버리나” 거센반발

소진공 본사 유성구 이전 확정… 중구 “원도심 버리나” 거센반발

대전 중구 원도심에 있는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유성구 신도심으로 이전하는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면서 지역사회가 술렁이고 있다. 원도심 활성화를 위해서라도 소진공을 지켜내야 하는 중구는 정치권까지 나서 이전에 전면 반대하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반면, 유성구는 중구의 강력한 반발을 의식해 대체로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정치권 일각에선 적극 환영한다는 메시지를 내놓기도 했다. 18일 소진공이 유성구 지족동 인근 건물로 이전하는 것과 관련해 중구 정치권에서는 잇따라 반대 입장을 내며 적극 만류에 나섰다. 김제선 중구청장은 이날 중..

윤 대통령, 4·19혁명 기념 참배… 조국당 “혼자 참배” 비판
윤 대통령, 4·19혁명 기념 참배… 조국당 “혼자 참배” 비판

제64주년 4·19혁명을 기념하는 윤석열 대통령의 참배를 놓고 조국혁신당이 “여야와 정부 요인도 없이 ‘혼자’ 참배했다”고 비판했다. 윤 대통령은 19일 오전 8시 서울 국립 4·19 민주묘지를 찾아 참배했다. 참배에는 강정애 국가보훈부 장관과 오경섭 4·19민주혁명회장, 정중섭 4·19혁명희생자유족회장, 박훈 4·19혁명공로자회장, 정용상 (사)4월회 회장, 김기병 4·19공법단체총연합회 의장 등이 함께했다. 사의를 표명한 대통령실 이관섭 비서실장과 장호진 국가안보실장, 성태윤 정책실장,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 인성환 국가안보..

소진공 이전 후폭풍… 중구 강력반발 유성구 신중 속 환영 감지
소진공 이전 후폭풍… 중구 강력반발 유성구 신중 속 환영 감지

대전 중구 원도심에 있는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유성구 신도심으로 이전하는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면서 지역사회가 술렁이고 있다. 원도심 활성화를 위해서라도 소진공을 지켜내야 하는 중구는 정치권까지 나서 이전에 전면 반대하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반면, 유성구는 중구의 강력한 반발을 의식해 대체로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정치권 일각에선 적극 환영한다는 메시지를 내놓기도 했다. 18일 소진공이 유성구 지족동 인근 건물로 이전하는 것과 관련해 중구 정치권에서는 잇따라 반대 입장을 내며 적극 만류에 나섰다. 김제선 중구청장은 이날 중..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선거 끝난지가 언젠데’ ‘선거 끝난지가 언젠데’

  • 4월의 여름 풍경 4월의 여름 풍경

  • 선거 및 폐현수막의 화려한 변신 선거 및 폐현수막의 화려한 변신

  • ‘원색의 빛’ 뽐내는 4월의 봄 ‘원색의 빛’ 뽐내는 4월의 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