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GO소리]감정노동에서 감정코칭으로

  • 오피니언
  • 사외칼럼

[NGO소리]감정노동에서 감정코칭으로

변인옥 대전소비자연맹 편집위원(행복한가족상담연구소장)

  • 승인 2014-10-23 15:04
  • 신문게재 2014-10-24 16면
  • 변인옥 대전소비자연맹 편집위원변인옥 대전소비자연맹 편집위원
▲변인옥 대전소비자연맹 편집위원(행복한가족상담연구소장)
<br />
▲변인옥 대전소비자연맹 편집위원(행복한가족상담연구소장)
백화점 고객만족센터에서 일을 해온 김지혜(가명ㆍ28)씨는 지난 해부터 이상한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하루에도 수 십 명의 고객을 상대하면서 폭언에 가까운 말을 매일같이 들어왔지만 싫은 표정 한 번 짓지 않고 다 받아왔는데 어느 날인가부터 왠지 불안하고 자주 가슴이 답답해지는 증상이 생겼다. 그러더니 올해 들어서는 답답함이 통증으로 바뀌었는데, 얼마 전부터는 통증과 함께 고객을 보기만 해도 구토가 올라와서 더 이상 업무를 할 수 없는 상태가 되었고 결국 직장을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김 씨와 같은 대인기피증 증상은 예전에는 흔히 볼 수 없었던 사례이나 지금은 주변에서 이와 유사한 증상을 보이거나 김지혜씨 만큼은 아니더라도 대면업무 직종 종사자들 중에 업무 스트레스로 인한 화병, 우울증, 대인기피증, 수면장애, 공황장애 등을 호소하는 사람들을 쉽게 만날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고통은 본인을 괴롭힐 뿐 아니라 이들의 스트레스가 무의식적으로 가족, 친구, 동료 등 주변사람들에게 거친 언행으로 표출되어 인간관계가 불편해지는가 하면 김 씨처럼 직장을 그만 두는 사례도 급증하고 있다.(백화점 화장품 판매직의 경우 이직률은 약 30%에 달하고 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회사측에 건의할 경우엔 어떤 일이 벌어질까? 감정노동전국네트워크 소속 고객 대면 노동자 2259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2013년)에 의하면 조사대상자 중 20%는 '무조건 고객에게 사과하라'는 지시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심지어 3%는 '인사상 불이익'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객에게 스트레스 받고 회사에서도 도움을 받지 못하는 경우까지 발생되고 있는 것이다.

응답자 중 심리상담이 필요한 수준의 우울증을 보이는 상태가 약 40%, 지난 1년간 자살충동을 겪었다고 한 응답자가 30%인데 이는 국민 일반 수준(16.4%)보다 두배에 가까운 높은 수치다. 직무스트레스 수준도 매우 높아 우리나라 노동자 평균의 상위 25%에 달하는 스트레스 수준을 보여주고 있다. 업무나 고객으로 인한 탈진 수준도 해외 유사집단과 비교할 때 두배 포인트 수준으로 높게 나타났다. 20~40대의 젊은 노동자들이 이런 상황을 겪고 있는 것은 심각한 사회문제다.

이같은 사회현상의 주원인으로 밝혀진 것은 주로 기업들이 '고객친절경영', '고객만족경영' 등 수익증대를 목적으로 노동자들의 감정을 상품화하여 과도한 친절을 요구하는 데 기인하며, 그 외에 목표(실적)달성에 대한 압박과 휴식 및 휴게공간 부족, 고용불안 등 열악한 노동조건을 부차적인 원인으로 보고 있다. 많은 기업에서 이를 대처하기 위해 늦게나마 고민하고 있으나 근본적인 대책 마련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감정코칭을 하는 필자의 입장에서는 이러한 사회적 현상은 모두 감정노동의 후유증으로 볼 수 있는데, 감정이 무엇이고 '감정노동'이 무언지에 대한 파악없이 이루어지는 대책들은 효과면에서 떨어질 수밖에 없다.

감정노동(emotional labour)이란 “직업상 고객을 대하면서 원래 감정을 숨긴 채 얼굴 표정과 몸짓을 해야 하는 직원들이 늘상 직업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을 말한다. 1983년 미국UC 버클리대 사회학 교수인 앨리 러셀 혹실드(Hochschild, 1983)의 책 관리된 심장 (The Managed Heart)에서 델타항공사 승무원 사례를 통해 감정노동을 최초로 소개하였다. 지금은 첨단과학에 힘입어 뇌과학적으로 감정의 경로와 감정적 치유 방법까지 밝혀져 있다. 놀라운 일은 감정은 포유류 이상의 동물은 누구나 지니고 있는 고유한 것이며 감정의 기억회로를 새롭게 만들면 행복한 삶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개나 고양이가 즐거워하는 것을 본 일이 있을 것이다. 그렇게 생물학적으로 고유한 감정을 돈벌이의 수단으로 억지춘향을 하라니 탈이 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어떻게 자연스럽게 긍정적 감정을 만들 것인가? 답은 간단하다. 긍정적 감정이 우러나면 되는 것이다. 과학적으로 밝혀진 감정의 메커니즘은 '부정적 감정은 이해받으면 사라진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평소에 부정적 감정은 해소하고 긍정적 감정을 우러나게 하는 습관을 들이는 일이 우선 돼야 할 것이다. 그렇게 감정조절을 하는 훈련이 된다면 고객의 감정 또한 편안하게 받아들여서 노동자와 고객이 모두 행복해지고 기업의 매출 또한 올라가지 않겠는가? 감정노동의 핵심 원인을 해결하는 감정코칭을 통해 일석삼조인 행복한 사회를 꿈꾸어 보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자식한텐 과학자로 가지 말라고 한다" 과학의 날 앞두고 침울한 과학자들
  2. ‘2024 e스포츠 대학리그’ 시드권 팀 모집 시작
  3. [실버라이프 천안] 천안시 신안동, 노인 대상 '찾아가는 스마트폰 활용 교육' 추진
  4. [실버라이프 천안] 천안시 성거읍, 노인 대상 '별꽃 원예 치유 프로그램' 추진
  5. "복지관 치료수업 중단, 재활 어쩌나…" 장애 부모 울상
  1. [실버라이프 천안] 천안시, '우리동네 교통안전 사랑방' 신설 운영
  2. [4월 21일은 과학의날] 원자력연, 방사선 활용해 차세대 전지 기술 개발에 구슬땀
  3. [2024 대전 과학교육 활성화] 창의융합교육으로 미래 인재 양성
  4. [실버라이프 천안] 천안시 부성1동 노인회, 봄맞이 환경정화 실시
  5. 한남대 개교 68주년 'K-스타트업 밸리'로 도약

헤드라인 뉴스


소진공 본사 유성구 이전 확정… 중구 “원도심 버리나” 거센반발

소진공 본사 유성구 이전 확정… 중구 “원도심 버리나” 거센반발

대전 중구 원도심에 있는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유성구 신도심으로 이전하는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면서 지역사회가 술렁이고 있다. 원도심 활성화를 위해서라도 소진공을 지켜내야 하는 중구는 정치권까지 나서 이전에 전면 반대하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반면, 유성구는 중구의 강력한 반발을 의식해 대체로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정치권 일각에선 적극 환영한다는 메시지를 내놓기도 했다. 18일 소진공이 유성구 지족동 인근 건물로 이전하는 것과 관련해 중구 정치권에서는 잇따라 반대 입장을 내며 적극 만류에 나섰다. 김제선 중구청장은 이날 중..

양곡관리법이 시작?… 법사위원장 놓고 국힘-민주당 갈등 격화
양곡관리법이 시작?… 법사위원장 놓고 국힘-민주당 갈등 격화

제22대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자리를 놓고 소수여당인 국민의힘과 거대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의 본격적인 힘 대결이 시작됐다. 민주당 등 야당이 윤석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던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비롯해 국민의힘이 위원장을 맡은 국회 법사위에서 심사가 지연 중인 5개 법안을 본회의에 ‘직회부’ 하면서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야당 의원들은 18일 '양곡관리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에 대한 본회의 부의 요구의 건'을 본회의에 직회부했다. 민주당은 농해수위 전체회의를 단독 소집해 양곡관리법 개정안과 농수산물 유통 및..

충청권 아파트 매매 가격 하락세 전국서 가장 커
충청권 아파트 매매 가격 하락세 전국서 가장 커

서울을 비롯한 일부 지역의 아파트 가격이 상승 전환한 가운데 충청권 집값은 여전히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전국에서 가장 크게 하락한 세종을 중심으로 대전·충남은 내렸고, 충북은 유일하게 상승했다. 다만, 수도권 등에서 상승 기조를 보이는 만큼 지역에서도 반등할 것이란 기대 여론도 없지 않다. 한국부동산원이 11일 발표한 '4월 둘째 주(15일 기준)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전주 대비 0.02% 하락했다. 하락 폭은 전주(-0.01%)보다 확대됐다. 집값 하락은 21주째 이어졌다. 이번 주 아파..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4월의 여름 풍경 4월의 여름 풍경

  • 선거 및 폐현수막의 화려한 변신 선거 및 폐현수막의 화려한 변신

  • ‘원색의 빛’ 뽐내는 4월의 봄 ‘원색의 빛’ 뽐내는 4월의 봄

  • ‘대전 0시축제 많이 알릴께요’ ‘대전 0시축제 많이 알릴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