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장,이문제]“아르바이트 구해요” 대포통장의 덫

[이현장,이문제]“아르바이트 구해요” 대포통장의 덫

취업·대출 빙자해 통장수집… 범죄악용 땐 최고 징역 3년 피해자에서 피의자로 '전락'

  • 승인 2015-04-01 17:58
  • 신문게재 2015-04-02 7면
  • 이상문 기자이상문 기자
● 올부터 전자금융거래법 개정

# 얼마 전 군대를 전역해 직장을 구하던 김모(25)씨는 아르바이트 사이트를 통해 한 건설회사의 전기보조 일을 찾았다. “중간부터 일해도 한달치 월급이 지급돼 회사가 손해를 볼 수 있어 통장을 한 달만 관리하겠다”는 건설회사 과장의 제안에 김씨는 통장과 카드, 카드 비밀번호 등을 모두 넘겼다.

하지만 과장은 잠적했고 김씨는 과장으로부터 금전손해를 입은 피해자들이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 통장 양도행위가 드러나 경찰 조사를 받고 충격에 빠졌다.

김씨는 “일을 할 수 있다는 마음이 앞서 큰 실수를 저질렀다”며 “이제는 신규 예금계좌도 만들 수 없고, 전자 금융도 할 수 없는 등 생활이 크게 불편하다”고 하소연했다. 김씨는 올 1월부터 법이 개정돼 단순히 통장만 양도해도 범죄자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몰랐던 것이다.

이처럼 구직자나 급전이 필요한 저신용 대출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대포통장 피해사례가 근절은 고사하고 지속적으로 발생해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더욱이 올해부터는 통장을 빌려주고 대가를 받지 않아도 처벌대상이 될 수 있어 예금주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대전지방경찰청은 지난해 대전에서 대포통장을 매매·양도하는 행위에 대한 단속을 벌여 112건, 124명을 적발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전국적으로 4만5000여건의 대포통장(피싱사기) 피해가 발생했으며 이는 전년대비 16.3%나 증가한 수치라고 밝혔다.

대출사기 관련 대포통장 피해까지 포함하면 8만4000여건으로 추정된다.

과거 노숙자나 신용불량자 등을 대상으로 이뤄지던 대포통장 매입이 최근 들어 아르바이트·취업과 대출을 빙자해 통장과 현금카드, 비밀번호를 넘겨받는 경우가 늘고 있다.

국민권익위원회에 따르면 대포통장 모집유형 및 그에 따른 민원유형을 살펴보면 아르바이트 공고(28.8%), 대출 알선(23.4%), 취업 알선(2.9%) 등이 절반을 넘는 상황이다.

특히 대출 알선과 아르바이트 공고로 인한 피해신고 민원이 341건으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구직에 어려움을 겪는 청년층과 사업부진 등으로 자금압박을 받는 저신용자들의 심리를 악용, 범죄 행위가 끊이지 않는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더욱이 예전에는 소수 계좌만으로 충분했지만 경찰과 금융기관의 대응이 빨라지면서 대포통장 수요가 절대적으로 늘어난 것도 이들이 불특정 다수 구직자를 노리는 이유로 꼽히고 있다.

문제는 이처럼 대포통장 관련 피해자이자 피의자 신분으로 전락한 이들을 위한 구제 대책이 뚜렷하지 않다는 점이다.

올해 1월 개정된 전자금융거래법은 금전거래 없이 대포통장을 단순히 빌려준 사람도 3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이 부과될 수 있으며, 예금계좌 개설과 비대면 거래 등 금융활동에 제한을 받을 수 있다.

수사기관 한 관계자는 “대포통장 양도자의 경우 안타깝고 억울한 상황이 있지만 법적으로 통장이나 카드를 타인에게 넘겨주는 행위는 처벌 대상이 된다”고 설명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대포통장이 범죄에 이용된 경우 비밀번호나 보안카드 등을 넘긴 것이기 때문에 책임이 따른다. 개인정보 요구 시에는 각별히 신경을 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통장(카드)을 양도·대여한 경우에는 즉시 발급 금융회사에 거래 지급 정지를 요청하고, 경찰에 신고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상문 기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논산 탑정호, 500실 규모 콘도미니엄 현실화 '청신호'
  2. [총선리포트] 양승조·강승규, 선거유세 첫날 '예산역전시장' 격돌한다
  3. 내년 폐쇄 들어가는데…충남 석탄화력발전소 노동자들은 어디로?
  4. 한 총리, '의료 현장' 수습 총력… 충남대병원과 간담회
  5. KAIST 물리학과 채동주 씨 "걱정 없이 과학기술 연구할 수 있는 세상, 가장 쉽고 빠른 방법 투표"
  1. 에너지연 신동지구에 '태양광기업공동활용연구센터' 준공
  2. [중도일보 독자권익위원회] 4·10 총선 지역밀착형 기사 발굴 호평… 웹 접근 편의성 강화 필요성 지적도
  3. [대전 다문화]대전시가족센터서 ‘다문화 어린이 학습지원 사업 설명회’
  4. 美 프레스비테리안 대학 넬슨교수 한남대 총장 예방
  5. [대전 다문화]대덕구 여성단체협의회, ‘전통 장 담그기’ 개최

헤드라인 뉴스


[이슈현장] 고밀도 도시개발 이룬 유성… 온천관광특구 고유성은 쇠락

[이슈현장] 고밀도 도시개발 이룬 유성… 온천관광특구 고유성은 쇠락

대전유성호텔이 이달 말 운영을 마치고 오랜 휴면기에 돌입한다. 1966년 지금의 자리에 문을 연 유성호텔은 식도락가에게는 고급 뷔페식당으로, 지금의 중년에게는 가수 조용필이 무대에 오르던 클럽으로 그리고 온천수 야외풀장에서 놀며 멀리 계룡산을 바라보던 동심을 기억하는 이도 있다. 유성호텔의 영업종료를 계기로 유성온천에 대한 재발견과 보존 노력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유성온천의 역사를 어디에서 발원해 어디로 흐르고 있는지 살펴봤다. <편집자 주> ▲온천지구 고유성 사라진 유성 대전 유성 온천지구는 고밀도 도시개발이 집중적으로 이뤄지..

대전시 재산 공개 대상자 평균 재산은 13억 5000여만원
대전시 재산 공개 대상자 평균 재산은 13억 5000여만원

대전시장 등 대전시 재산 공개 대상자의 평균 신고 재산은 13억 4822만원으로 조사됐다. 대전시는 2024년도 정기 재산 공개 대상자 97명에 대한 재산 변동 내역을 28일 관보 및 공보에 공개했다. 이 중 정부 공개 대상자는 29명, 대전시 공개 대상자는 68명이다. 재산이 증가한 공직자는 62명, 감소한 공직자는 35명으로 분석됐다. 재산 총액 기준 재산 공개 대상자의 71.1%(69명)가 10억 원 미만의 재산으로 보유하고 있다. 재산변동 사항을 보면 재산증가액 5000만 원 미만이 31.9%(31명)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

진격의 한화이글스… 안방 첫 경기 승리 기대
진격의 한화이글스… 안방 첫 경기 승리 기대

한화이글스가 시즌 초반부터 승승장구하면서 29일 예정된 대전 홈 개막전에 대한 열기가 달아오르고 있다. '돌아온 괴물' 류현진이 안방에서 팬들에게 화끈한 선물을 선사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한화는 올 시즌 첫 개막전에서 LG트윈스에 패배하며 아쉬움을 남겼지만, 27일까지 3경기 연속 연승가도를 달리며 분위기를 완전히 뒤집어냈다. 가장 눈에 띄는 건 탄탄해진 선발진이다. 지난해까지만 하더라도 선발부터 흔들리며 이기던 경기도 불안한 모습을 보였던 한화이지만, 올해는 확실히 달라졌다는 것을 경기력으로 입증하고 있다. 펠릭스 페냐는..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제22대 총선 공식 선거운동 돌입…표심잡기 나선 선거 운동원들 제22대 총선 공식 선거운동 돌입…표심잡기 나선 선거 운동원들

  • 중구청장 재선거도 치러지는 대전 중구…표심의 행방은? 중구청장 재선거도 치러지는 대전 중구…표심의 행방은?

  • ‘우중 선거운동’ ‘우중 선거운동’

  • 대전과 세종에서 합동 출정식 갖는 충청지역 후보들 대전과 세종에서 합동 출정식 갖는 충청지역 후보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