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석환 KT&G 인재개발원장 |
지난달 21일 저녁 8시쯤 옥산 휴게소. 잠시 들어간 휴게소는 식당 일부를 제외하고는 불이 꺼져 있었다. 주차된 차들도 몇 대 없어 썰렁한 느낌마저 든다. 잠깐 화장실에 들러 편의점에 들어가 담배와 콜라를 사고 서둘러 휴게소를 떠났다. 9시 조금 넘은 시간, 신탄진역 주변에 사람들의 오감이 적다. 식당을 찾았으나, 사람이 없어 과일 상회에서 수박 1통을 샀다. 주인은 “요즘 메르스 때문에 과일을 사는 사람도 없다”고 한다. 요즘은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백화점, 대형마트, 극장, 쇼핑몰에 가는 사람이 현저히 줄었다고 한다. 병원 가는 사람은 바보라는 소리까지 듣는다. 아무리 정부가 메르스는 병원 밖 확산은 안 된다고 해도 불신의 벽이 너무 높다. 근본적으로 내 몸은 내가 지키며, 소나기는 피하고 보자는 식의 불필요한 노출은 하지 않겠다는 생각 때문이다.
이렇다 보니, 지난달 19일 기획재정부 이찬우 경제정책국장은 “지난해 세월호가 0.2%p 경제성장률을 하락시켰다는 연구가 있는데, 세월호보다 메르스로 인한 경제적 파급효과가 더 클 수 있다는 의견이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지난달 '메르스 사태의 경제적 효과분석'보고서를 통해, 메르스 사태가 1개월 이내인 6월 말까지 종결되면 경상 국내총생산(GDP) 손실액은 4조425억원, 7월 말에 종결 시 9조3377억원, 8월 말 20조 922억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연평균 GDP에 각각 0.26%, 0.61%, 1.31% 감소하는 것이다. 또 메르스 사태가 소비, 투자, 수출에 미치는 영향도 각각 분석했다. 그 결과 6월 말에 종결될 경우, 투자 0.7%, 소비 0.25%, 수출 0.39% 감소하며, 7월말 1.61%, 소비 0.57%, 수출 0.91% 감소, 8월 말 투자는 3.46%, 소비는 1.23%, 수출은 1.98%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주요기관, 연구소의 올해 경제전망률은 기존의 전망을 크게 밑도는 수치다.
금융연구원은 기존 3.7%에서 2.8%, 한국은행은 3.4%에서 3.1%, IMF는 3.3%에서 3.1%, OECD는 3.8%에서 3%로 전망했다. 만약 메르스 사태가 장기화되면 이러한 전망 수치는 더욱 하향 조정될 전망이다.
사실 0.1%가 무슨 영향을 미칠지 가볍게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큰 숫자에 곱해지는 0.1%는 가볍게 볼 수 없다. 나라의 총생산을 GDP라고 한다. 우리나라 GDP는 1조4351억달러(약 1577조)수준이다. 이는 민간 소비, 기업 투자, 정부 지출 등 순수한 수출의 총 규모라고 할 수 있다. 1500조의 0.1%는 1조6000억원이다. 메르스 사태가 길어져 경제성장률의 2% 이상의 하락을 가져가면, 국민 총생산은 3조2000억원 이상 줄게 된다. 만약 소득이 5000만원인데 갑자기 7만5000원이 줄었다면, 필수적으로 지출해야 할 항목은 손을 대지 못하고, 덜 중요한 지출항목에서 줄일 수밖에 없다. 만약 이것이 초등학교 다니는 아이 용돈이면, 아이에게는 큰 타격이 될 수 있다.
논리의 비약이지만, GDP의 0.1%의 하락으로 1조6000억원 줄었을 때, 기업들이 전체 직원의 월급을 조금 줄이지 않고, 특정부문의 인력을 조정하면, GDP의 감소가 수많은 구조조정된 사람들을 양산하게 된다. 구조조정 대상이 된 사람이 가장이라면 가계는 소비를 줄일 것이고, 소비의 감소는 기업의 수익을 악화시키게 된다. 이는 투자 감소 및 인력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발생될 수도 있다. 다행히 메르스를 종식시킨다면 경제성장률 0.1%의 하락에 머물 수 있지만, 초기대응의 실패처럼, 환자가 확산돼 8월 말까지 이어진다면 생산활동과 소비에 지대한 영향을 미쳐 1% 이상의 경제성장률 하락이 예상된다.
메르스 사태의 장기화는 우리 경제에 치명적 타격이 될 것이다. 하루빨리 메르스 사태가 종식돼야 한다. 이를 위 첫째, 신뢰가 회복돼야 한다. 정부가 먼저 진솔하게 국민이 불신하지 않도록 정보를 공개하며 이해 집단의 협조를 구해야 한다. 장례비 지원과 같은 단기적 방안이 아닌 유족을 찾아가 감성에 호소하며 진정성 있는 사과와 감사를 표해야 한다. 둘째, 우리나라의 대내외적 신인도를 고려해 지나친 불안감이 확산되는 상황을 경계하면서 차분한 대응이 중요하다. 셋째, 민간합동의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메르스는 지나간다. 그러나, 그 오명이 우리나라를 찾으려는 외국인의 뇌리 속에 남을 수 있다. 넷째, 잘못한 사람들에 대한 책임추궁 못지않게 보이지 않은 곳에서 희생한 사람들을 찾아 공로패를 주는 등 감사해야 한다. 우리나라가 싫어 떠나는 사람이 더 이상 없도록 정부가 희생하는 사람들의 든든한 언덕이 돼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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