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르프 '머리', 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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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에는 누구나 새로 시작하는 마음으로 목표를 세우곤 한다. 필자 역시 지나간 해의 아쉬움을 뒤로 하고 새해를 맞이할 준비를 하고있다. 시작하는 마음가짐과 가장 잘 어울리는 작품을 생각해 보니 장 아르프의 <머리>가 떠올랐다. 자연 원형 그대로의 이미지를 따온 그의 원초적인 작품이야말로 막힘없는 역동적인 시작에 걸맞을 것이다.
시인 겸 미술가… 독일 출신으로 프랑스 아카데미 오가며 미술 공부
청기사·다다이즘·초현실주의 운동 등 참여하다 '추상·창조'그룹 활동
다양한 이력 끝에 독자적인 길 개척… 회화·부조 거쳐 '환조'에 이르러
시인 겸 미술가였던 장 아르프는 독일과 프랑스의 아카데미를 오가며 미술을 공부했다. 1912년에는 독일 표현파의 청기사(靑騎士) 운동에 참가하였고, 제1차 세계대전을 피해 건너간 스위스에서는 시, 삽화, 콜라주 등 다양한 분야에서 반(反)문명적, 반합리주의적 예술운동인 ‘다다이즘’을 선도했다.
“인간이 만든 모든 것은 예술 작품”이라고 선언한 그는 독일에서 에른스트와 함께 콜라주로 다다 운동을 전개했다. 1925년에는 파리의 초현실주의 운동에 참가하고, 1930년 추상파 단계인 ‘추상·창조’ 그룹에 들어가는 등 다양한 이력을 쌓은 끝에 독자적인 길을 개척했다. 회화에서 부조를 거쳐 환조에 다다른 것이다. 다다와 추상미술을 결부시키는 특이한 입장에서 다채로운 활동을 전개했다.
1924년에 자연을 근본적인 원형으로 보고 유기적인 형태로 표현한 <머리>는 이때쯤 처음 논의된 생물형태주의를 반영했다. 색채나 형태가 인공보다는 자연의 곡선을 취하고 있다. 거의 아무 의미가 없어 보이는 작품들을 즉흥적, 무의식적으로 만들곤 했다.
▲ 아르프 '여인의 토르소', 1953, |
1924년 '머리' 처음 논의된 생물형태주의를 반영… 자연의 곡선 취해
초현실과 추상주의 중간인 '유기적 추상'… 근원적 인간의 생명력 표현
세부묘사 없는 원초적 형태의 작품들, 후안 미로 등 많은 예술가에 영향
그의 조각은 극도로 단순화되었지만 초현실주의와 추상주의의 중간인 ‘유기적 추상’으로 활력이 넘치는 근원적인 인간의 생명력을 표현했다. 이런 이유로 아르프는 추상예술 대신 ‘구체예술(아르 콩쿨레)’이라는 명칭을 스스로의 작품에 즐겨 썼다. 조각과 회화의 중간에 있는 듯한 조각들이 아르프 작품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극단적으로 단순한 형태와 경쾌한 선에 의한 아름다움을 추구한 그는 논문 《나의 도정》, 시집 《공기 의자》, 《꿈과 계획》 등을 내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왕성한 활동을 펼쳤다. 조각에서의 대표작으로는 <여자의 토르소>, <구름의 양치기> 등이 있다. 아르프는 제2차 세계대전 중에는 스위스에서 활동하였고, 전후에도 많은 회화와 조각을 발표하고 개인전을 여는 등 왕성한 활동을 벌였다. 수정이나 세부묘사 없이, 우연히 만든 듯 원초적인 형태를 띠고 있는 아르프의 작품은 후안 미로를 비롯한 많은 예술가들에게 영향을 끼쳤다.
백영주 갤러리 ‘봄’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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