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톡] 인생은 아름다워(Life Is Beautif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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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톡] 인생은 아름다워(Life Is Beautiful)

도완석교수의 행복한 영화이야기-21

  • 승인 2017-06-23 00:01
  • 도완석 평론가도완석 평론가


1999년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는 이탈리아의 코메디언이자 영화감독인 로베르토 베니니가 시상식 단상에 오르자 모든 영화인들이 기립박수로서 그를 맞이했고 로베르토 베니니 역시 코메디언의 기질을 발휘하여 갑자기 연설테이블 위로 올라서서 환호의 답을 하는 익살스러운 진풍경을 연출해 보여주었다.

이날 아카데미 수상식에서 노미네이트 7개 부문 중 3개 부문(남우주연상, 음악상, 최우수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한 감독 로베르토 베니니의 작품〈인생은 아름다워〉는 <암울했던 20세기여 가라! 희망찬 21세기여 오라!>는 세기의 변화와 딱 떨어지는 콘셉으로 20세기 마지막을 장식하는 1999년 그해 최고의 문화아이콘이 되었다.

이 작품에서 제작자겸 각본을 직접쓰고 감독은 물론 주인공 귀도역 까지 맡았던 로베르토 베니니는 20세기 영화계의 전설이었던 “챨리 채플린”의 환생이라고 까지 불릴 정도로 일약 세계적인 스타가 되었다.

더구나 놀라웠던 것은 영화 속 주인공의 아내 도라역을 맡은 니콜레타 브라시는 실제로 로베르토 베니니의 아내였던 것이다.

한마디로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는 철저한 로베르토 베니니 자신의 영화였고 그의 작품이 깐느에서나 미국 아카데미 오스카에서 그랑프리가 된 것은 어느 정도 예상된 일이었다.

“별4개 만점의 올해 최고의 영화!” “깐느가 그랑프리를 헌사한 이탈리아 영화천재의 걸작!” “전세계를 울린 위대한 사랑” “마법처럼 놀라운 영화이야기”등 많은 찬사와 수식어가 세계언론을 떠들썩하게 만든 이 영화는 2차 세계대전 당시, 처참했던 유대인 수용소를 배경으로 죽음 앞에서도 사랑하는 가족을 지켜낸 아버지 ‘귀도’의 놀라운 이야기를 담고 있다.

로베르토는 이 세계사에서 가장 불행했던 나치역사인 유대인 학살이라는 소재를 자신 만의 특유한 천재성으로서 비극이 아닌 밝고 유머러스하게 희극적으로 표현하여 웃음 속에서 눈물을 자아내게 했던 새드무비(슬픈영화)를 만들어 냈던 것이다.


이제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는 시대와 세대를 초월하여 꾸준히 사랑받는 작품으로서 사랑과 인생에 대해 분명한 답을 말해주고 있는 세기의 명화가 되었다. 따라서 이영화는 우리 모두가 반드시 보아야할 영화로 보는 인생교과서인 셈이다.

영화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파시즘이 팽배하던 1930년대 말 이탈리아, 시골에서 로마로 상경하여 숙부 밑에서 웨이터로 일을 하고 있던 유대인 시골 총각 ‘귀도’(로베르토 베니니)는 운명처럼 어느 날 초등학교 여교사인 도라(니콜레타 브라스키)를 만나 첫눈에 반한다.

하지만 도라에게는 이미 파시스트인 읍사무소에서 서기일을 하는 약혼자가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끈질긴 구애와 넘치는 재치, 유머로서 그리고 순수한 구애와 사랑으로서 그녀의 마음을 사로잡게된 귀도는 도라와 극적인 결혼을 하게되고 그들은 마치 동화같은 삶을 시작하게 된다. 그리고 그들 사이에 아들 조수아가 태어난다.

그런데 운명은 이들 가정에 불행으로 다가왔다. 바로 2차 세계대전이 터지면서 유대인이였던 귀도는 아들과 함께 포로수용소로 끌려가는 신세가 되었던 것이다. 그것도 하필이면 아들 조수아의 다섯 살이 되던 생일날 말이다.

그러나 이런 긴박한 불행 앞에서도 용감한 우리의 주인공 귀도는 시종 웃음을 유발해내면서 아들에게 죽음이라는 긴장감을 주지않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하는 부성애를 보여주며 관객들로 하여금 웃음과 함께 눈물을 자아내게 만든다. 여기서 또다른 감동으로. 도라는 유대인이 아닌 순수 프랑스인이다. 하지만 그녀는 사랑하는 남편과 아들 조수아를 위해 모든 사람들이 도망하는 수용소 행 열차에 스스로 오른다. 그러면서 가족과 함께하는 아픔을 나누는 장면이다.


한편 포로수용소에도 늘 유쾌한 웃음을 선사하는 귀도는 곧바로 죽음의 뱅커로 들어가지 않고 독일군의 시중을 드는 일을 하게 되는데 어느 날 독일군 장교들의 파티에 시중들러 간 귀도는 그 짧은 순간에도 재치와 기질을 발휘해서 독일장교들이 눈치를 채지 못하도록 하면서 창문을 열고 아내 도라가 있는 여자 수용소 쪽으로 축음기의 스피커를 돌려 놓는다. 그리고 도라와 함께 둘만의 추억이 담긴 “오펜바흐의 뱃노래”라는 노래를 튼다.

아내에게 자신과 아들 조수아의 건재함을 알려주고 그녀에 대한 사랑을 전해주기 위해서다. 모두가 잠든 여자 수용소. 누워 있던 도라는 그 음악소리에 잠에서 깨어난다. 그리고 그 노래를 들으면서 눈물을 흘리며 추억에 잠긴다. 같은 시간 귀도 역시 아내 도라의 모습을 상상하며 흐뭇해하는데 귀도와 도라 두 사람의 애절한 사랑을 느끼게 하는 명장면이다.

수용소에서의 어느날. 독일군들의 패전과 철수를 눈치 챈 귀도는 긴박한 이 상황에서 하루만 버티면 살아남을 수 있다는 기대감을 가지고 조수아에게 마지막으로 술래잡기 게임을 하자고 제안한다. 그것은 쓰레기통에 숨어서 주위가 완전히 조용해지고 사람들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절대 나오지 않는 게임이다.

만약 무섭다고 울며 쓰레기통에서 나오면 600점이고 끝까지 숨어 있으면 1000점을 받을 수 있는데 그러면 너는 진짜 탱크를 선물로 받을 수 있다고 하면서 아들을 쓰레기통에 숨기고 떠나는 귀도. 그런데 이 때 독일군 순찰견 한 마리가 조수아가 있는 쓰레기통을 향해 계속 짖어댄다. 멀리서 그 광경을 지켜보던 귀도는 그 개가 제발 그냥 지나쳐 가게해달라고 안타까운 마음으로 기도를 하며 주문을 외운다. 그런데 정말로 기적과도 같이 그 순찰견이 떠났다. 영화 속에서나 볼 수 있는 엔터테이먼트한 장면이다.

한숨을 돌린 귀도는 이번에는 아내 도라를 찾기 위해서 담요와 스웨터로 여장을 하고 여자 수용소 안으로 숨어들어간다. 그러나 그곳은 이미 모두 철수를 하고 텅비어 있었다. 이 때 비쳐오는 서치라이트를 피하기 위해 창문 틀 위에 매달려 있던 귀도는 결국 독일군에게 발각되고 만다. 그리고 독일군에게 잡힌 귀도는 마치 병정놀이하는 것처럼 보이려고 아들이 숨어있는 쓰레기통을 지날 때 병정걸음 흉내를내며 아들을 향해 윙크하면서 지나간다. 이 후 귀도의 죽음을 암시하는 기관총 소리만 들린다.

다음 날 아침, 독일군들이 퇴각하고 수용소가 조용해지자 어린 조수아가 쓰레기통에서 나온다. 그러면서 아빠를 찾는데 이 때 아빠 귀도의 말처럼 실제로 조수아 앞에 진짜 미군 탱크가 나타나 멈춰 선다. 미군의 도움으로 탱크에 올라타고 가던 조수아는 미군을 따라가던 유대인 행렬 속에서 엄마를 발견한다. 조수아는 엄마에게 자기가 아빠와의 게임에서 이겼고, 그 놀이에서 아빠가 너무 웃겨서 배꼽 빠지는 줄 알았다고 말한다.

모든 관객들이 이 슬픈 대사를 웃으며 통곡하게 하는 또다른 명장면이다. 영화는 이처럼 홀로코스트라는 잔혹하고 비극적인 배경 속에서도 가족을 위해 웃음을 주며 자신을 희생하는 부성애의 진목면을 보여주는데 20세기의 불행을 21세기에서 희망으로 전진하라는 메시지를 동시에 전해주고 있다.

또 하나 이영화에서 느낄 수 있는 매력적인 요소. 바로 이 영화속에서 들려오는 배경 음악들이다. 귀도와 도라의 사랑의 추억이 담긴 “오펜바흐의 뱃노래” 외에도 아련한 “La Vida Es Bella”라는 음악이 영화를 감상하고 난 우리의 가슴주변을 맴돈다. 알 수 없는 슬픔과 함께.

도완석(연극평론가, 한남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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