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 통합정치가 절실하다

  • 경제/과학
  • 지역경제

[프리즘] 통합정치가 절실하다

유재일 사회공헌연구소 대표

  • 승인 2024-05-07 16:25
  • 신문게재 2024-05-08 19면
  • 방원기 기자방원기 기자
유재일 대표님
유재일 사회공헌연구소 대표
4·10 총선 결과 여당은 참패하고 야당은 압승했다. 이는 국민들이 윤석열 대통령에 대해 호되게 중간 평가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결과는 임기 5년의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지 2년이 채 안 되는 시점에서 나왔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다. 1987년 민주화 이래 치룬 10번 총선 중 여당이 패배한 경우는 세 차례다. 즉 김대중 정부 시절인 2000년 총선과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6년 총선, 그리고 이번 총선이다. 문제는 이번 총선에서 여야의 의석이 108석(36%) 대 192석으로 나왔기 때문에, 대통령이 국회를 견제할 수 있는 '재의결 요구권', 일명 거부권의 행사가 여당 의원 중 8명이 이탈할 경우 발휘될 수 없다는 점이다. 여당 의원들의 이탈이 당분간 쉽지 않겠지만, 임기 후반의 대통령 경우 집권당에 대한 영향력이 점차 감소하는 경향을 고려한다면 그 시기가 앞당겨질 것으로 보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

대통령의 재의결 요구권이 작동하지 않을 경우, 대통령은 국정 수행력을 상실하는 레임덕(lame duck) 국면에 들어서거나, 심지어는 탄핵 소추 대상으로 거론될 수 있다. 이 같은 상황이 벌어진다면, 대통령 개인의 불행은 말할 것도 없고, 국민들의 어려움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우리 사회는 심화되고 있는 사회경제적 양극화, 돌파구 없는 정치사회적 갈등, '3대 국민 스트레스'(저출산, 북핵, 기후위기)에 처해 있다. 난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국민의 합심과 국정 책임자의 리더십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하지만 이러한 요소들이 형해화되고 위기에 직면하게 된다면, 산적한 난제뿐만 아니라 당면한 민생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한 걸음도 나가지 못할 것이다.

돌이켜 보건대, 이번 총선 결과는 이례적인 것이 아니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윤석열 대통령은 당선 직후를 제외한 2022년 2분기부터 2024년 1분기까지의 '대통령 직무수행 평가'(한국갤럽 여론조사)를 보면, 긍정 29~34%, 부정이 57~61%였다. 이 같은 지수는 그 원인이 무엇이건 간에 오랫동안 국민의 신뢰와 지지를 상실한 것으로 해석된다. 물론 이러한 상황은 노무현 대통령 시절에서도 있었기 때문에 유일하다고 볼 수는 없다. 아마도 두 대통령은 권위주의 시대의 대통령들을 제외한다면, 자신이 누구보다도 열심히 일하고 청렴한 데도 국민이 알아주지 않은 데 대해 서운함을 느끼고 슬퍼했을 것이다.

혹자는 대통령이 연예인들처럼 '인기관리'를 소홀히 한 데 원인이 있다고 진단한다. 이 같은 진단은 일리가 있다고 볼 수 있지만, 권력을 획득·유지·강화하는 존재인 정치인으로서 대통령이 지지도 관리를 결코 등한시할 리는 만무하기 때문에 그다지 수긍이 가지는 않는다. 현상적으로 볼 때, 대통령의 지지도가 낮은 경우는 국정을 독선적으로 운영하거나 국민들을 갈라치기 할 때이다. 어떻게 보면, 어떤 정치지도자는 정치를 너무나 어렵게 한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한때 국민이 선택했지만 우유부단하거나 어리석은 인물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찰할 수 있는 소양과 용기를 지닌 국정 책임자라면, 일단 국민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생각이 다른 사람들과 허심탄회하게 대화하는 것부터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고 나서 국민들을 정성을 다해 설득하고, 국정의 동반자인 야당과 '이인삼각(二人三脚)'으로 통합정치를 펼쳐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참고로 필자는 이번 주에 통합정치를 위한 방안과 이와 관련한 세계 정치지도자 10인의 사례를 다룬 '통합정치와 리더십'(운주사, 677면)을 출간한다. 통합정치는 "정치공동체 내에서 시대적 가치와 과제라는 공공선을 구현하기 위해 경쟁과 협력의 두 축을 바탕으로 정치행위자들이 합리적으로 선택하는 행위"라고 정의되는데, 현재의 '적대(antagonism)와 배제의 정치'를 '경합과 협치의 정치'로 전환하는 데 나름 유용한 해법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 사실 정치는 경쟁자의 존재와 정당성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데서 출발한다. 앞으로 통합정치가 정착하기 위한 관용적 정치문화, 협의적 정치제도, 상생적 정치리더십 등에 관한 다양한 논의와 대안적 숙고가 이어지기를 바란다. 유재일 사회공헌연구소 대표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시민 안전문화 확산 함께해요"
  2. "마약 중독, 함께 예방해요."
  3. 기부챌린지 통한 적립금 600만원 기탁
  4. 대전을지대병원 간호부, 병원 내원객 간호 봉사활동 펼쳐
  5. 대전하나시티즌, 6일 제주와 정규 라운드 마지막 승부
  1. [건강]취한 것처럼 말 어눌해지고 비틀, 일상속 어지럼증 '주의를'
  2. 대전시, 내년 생활임금 1만 1636원 결정
  3. 소진공-카카오 추진한 단골시장, 전통시장 매출과 소비 증가 기여
  4. 대전권 전문대 수시1차 마감… 보건계열·취업유리 학과 여전히 강세
  5. 금산세계인삼축제 세계무예인들 힘 보탠다

헤드라인 뉴스


예산 남아도는데 청년월세 신청자는 대거 탈락… 왜?

예산 남아도는데 청년월세 신청자는 대거 탈락… 왜?

정부와 자치단체가 시행하는 청년 월세 지원사업이 까다로운 조건과 규정 때문에 ‘그림의 떡’으로 전락하고 있다. 신청자 상당수는 지원 대상에서 탈락하고 있지만, 매년 쓰지 못하는 이른바 불용 예산은 급증할 정도다. 지원이 필요한 청년들이 실질적으로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소득 기준과 대상 규정 등을 현실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조국혁신당 황운하 의원(비례)이 국토교통부로부터 받은 ‘청년월세 지원사업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22년 8월(1차)과 2024년 2월(2차)에 청년월세 지원사업을 신청자..

역대 최대규모 국제방산전시회 계룡서 열려… 최첨단 무기 한자리
역대 최대규모 국제방산전시회 계룡서 열려… 최첨단 무기 한자리

충남에서 역대 최대 규모로 닷새간 열리는 국제방위산업전시회(KADEX)가 화려한 막을 올렸다. 3일 도에 따르면 '2024 대한민국 국제방위산업전시회'가 지난 2일 계룡대에서 김태흠 지사를 비롯해 이응우 계룡시장, 김용현 국방부 장관, 석종건 방위사업청장, 해외 국방부 장관, 참가 기업 임직원 등 5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이번 전시회는 대한민국 육군협회 주최로 오는 6일까지 진행되며, 계룡군문화축제와 지상군페스티벌과 연계 개최해 방문객들에게 더욱 풍성한 볼거리와 즐길거리를 제공한다. 전시회는 2일부터 4일까지 비즈니스데..

고교 무상교육 `위기`… 내년 `특례`기한 만료에 정부지원 0원
고교 무상교육 '위기'… 내년 '특례'기한 만료에 정부지원 0원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특례 기한 만료에 따라 내년 고교 무상교육에 대한 정부 재정 지원이 전면 중지될 위기에 놓였다. 대전교육청은 기존 재원의 절반 가까이 차지하던 정부 예산이 없어지면 기존 사업까지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3일 대전교육청에 따르면 정부가 내년 예산안에 고교 무상교육 관련 지원을 포함하지 않아 고정적으로 교부됐던 약 350억 원의 세입분은 자연 감축될 예정이다. 대전교육청은 인건비와 운영비 등 필수경비가 인상되고 있는 가운데 정부 재정지원이 끊기면 고교 무상교육 유지를 위해 전체 사업 축소는 불..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의정 갈등 장기화…커지는 피로감 의정 갈등 장기화…커지는 피로감

  • ‘가을을 걷다’…2024 구봉산둘레길 걷기행사 성료 ‘가을을 걷다’…2024 구봉산둘레길 걷기행사 성료

  • 기온 뚝, 쌀쌀한 대전 기온 뚝, 쌀쌀한 대전

  • 대한민국 대표 군문화축제 개막 하루 앞으로 대한민국 대표 군문화축제 개막 하루 앞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