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홍철 칼럼] 87. 지방자치, 지방행정, 그리고 지방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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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홍철 칼럼] 87. 지방자치, 지방행정, 그리고 지방정치

염홍철 국립한밭대 명예총장

  • 승인 2024-09-26 12:00
  • 현옥란 기자현옥란 기자
염홍철칼럼
염홍철 국립한밭대 명예총장
우리나라에서 현대적 개념의 '지방자치'가 시행된 것은 1952년이었습니다. 그러나 1961년 5·16 군사정변으로 중단되었지요. 그러던 것이 1991년에는 30년 만에 지방자치제가 부활 되었으나, 지방의회만 구성하고 자치단체장은 선출하지 않았기 때문에 반쪽 지방자치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진정한 지방자치제는 1995년 6·27 선거로부터 시작되었는데, 지방의회를 기준으로 하면 33년의 역사를 가졌고 지방자치단체장까지를 포함하면 29년의 역사를 가졌습니다.

그동안 한국의 지방자치는 30년 이상의 역사를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습니다. 몇 가지 구체적인 사례를 제시하면, 현재 재정 면에서는 2할 자치 수준입니다. 아직도 세수에 있어서 지방세와 국세의 비율은 20대 80인데, 실질적으로 지방에서 쓰이는 재정은 60~70%입니다. 지방세 재원이 20%이므로 50%의 재원을 중앙으로부터 지원받기 때문에 지방의 자율성이 제약받고 있습니다. 이러한 조세 구조로 인해 지자체는 심각한 재정난을 겪고 있으며, 지방 재정 자립도는 평균 43.3%에 불과하고, 인건비를 자체 해결하지 못하는 지자체의 수는 104개로 총 기초단체의 42%에 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지난 30년 동안 지방자치에 비해 '지방행정'은 큰 변화와 진전이 있었지요. 이는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의 민선으로 인한 민의가 정책에 반영되었기 때문입니다. 아직 성숙 단계는 아니지만 정책, 예산 편성, 감사 등에서 시민참여가 확대되고, 언론과 각종 사정기관의 감시로 투명 행정이 크게 진전되었습니다. 또한 경제 활성화를 위한 지자체의 경영 행정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투자 및 기업 유치, 관광 등 마이스 산업의 확대, 축제 등 각종 이벤트의 활성화가 시도되고 있습니다. 시민들이 주권 의식도 높아졌고 선거를 통해 평가를 받기 때문에 과거에 비해 서비스 행정의 질은 획기적으로 개선되었습니다. 따라서 지방행정은 지속적으로 개선과 변화가 있었으나, 지방자치의 활성화는 쉽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이는 중앙정부와 정치권의 획기적인 결단이 필요하지만, 현재로서는 중앙정부의 의지가 약하고 소극적입니다.

일찍이 미국의 존 F. 케네디는 '용기 있는 사람들'이라는 저서를 통해서, 출신 지역의 이익보다는 국가의 이익을 위한 선택을 하는 것이 용기 있는 참 정치인이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지방 정치인(지방의회)은 다릅니다. 국회의원은 중앙정치인이며 헌법 기관이기 때문에 지역보다는 국가의 이익을 우선해야 되지만, 지방 정치인은 지역의 이익을 우선적으로 선택해야 합니다. 대통령도 세계 평화보다는 자국의 안보를 우선하는 것과 같은 논리입니다. 그리고 지방 정치에서는 선거 때를 제외하고는 정당적 요소나 쟁점이 거의 없습니다. 중앙 정치는 국가의 정책을 생산하는 데 있어 각 정당의 정강이나 정책 방향이 반영되나, 지방정치나 행정은 국가의 정책을 현장에서 집행하기 때문에 국가 정책 결정 과정에 관여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지방의회에서도 정당간 정책 토론보다는 지역의 현안 문제를 주로 다루게 되는 것이지요.



지방자치의 발전은 민주주의 발전의 원동력이 됩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사회 구성원들이 오랜 중앙집권적 사고에서 탈피하지 못하고 있고, 중앙정부는 지방자치단체를 불신하고 있으며, 지방자치 강화는 중앙정부의 권한 축소로 이어지기 때문에 기득권을 포기하지 않으려고 하지요. 역대 정부에서 대통령들은 지방자치에 대한 강한 의지를 가졌으나 중앙 관료의 벽을 뚫지 못한 것이 사실입니다. 여기에서도 기득권의 포기가 요구되는 부분이네요.

염홍철 국립한밭대 명예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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